대포폰 직권해지만으로 ‘발본색원’ 될까?
대포폰 직권해지만으로 ‘발본색원’ 될까?
  • By 김미례 기자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6.11.2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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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reeqration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인물들 대부분이 대포폰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비선 실세, 왕수석, 문고리 권력 등 청와대 소속 고위 공직자들이 대포폰을 개통해 이용했으며 정호성 전 비서관의 대포폰에서는 각종 문건과 박근혜 대통령 및 최 씨 등과의 통화내역이 일부 녹음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근혜 정부 들어 선언한 ‘대포폰과의 전쟁’은 구호에 불과했던 것일까 박 대통령이 대포폰을 썼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장시호 씨가 6대의 대포폰을 개설해 그 중 한 대를 대통령에게 줬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에게는 차명물건은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쓰지 말라고 하면서 고위공직자들이 대포폰을 썼다고 하니 경악을 금치 못할 상황이다.

정부는 2014년 2월부터 대포폰ㆍ대포차ㆍ대포통장 등 '대포와의 전쟁'을 벌여왔다. 검찰,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련 부처는 ‘서민생활 침해사범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집중 단속에 나섰다. 대포폰이 보이스피싱, 인터넷 사기 등 각종 범죄의 핵심수단이 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대포폰을 개통하는 데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반면 대포폰 이용자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보니 보이스피싱의 숙주라 할 수 있는 대포폰 시장은 줄지 않고 공직자들까지 버젓이 대포폰을 이용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정부가 추산하는 차명폰 대수는 20만여대. 대포폰 근절 대책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정부가 최근 꺼내든 카드는 ‘직권 해지’다. 지난 15일부터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이른바 차명폰을 강제 해지하기로 하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및 알뜰폰 36개사와 공동으로 대포폰을 정리하고 있다.

해지 대상은 정상 개통했더라도 명의자가 숨졌거나 완전 출국한 경우, 체류기간이 만료된 외국인 명의, 그리고 폐업 법인 명의로 개통된 뒤 계속 사용되고 있는 휴대폰 등이다. 대포폰 상당수가 외국인 명의 선불폰으로 파악되므로 이번 조치는 대포폰이 될 가능성이 있는 휴대폰의 싹을 잘라내는 셈이다.

사진/ pixabay

직권해지라는 초강수가 대포폰을 발본색원 하는 데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휴대폰 유통망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포폰 공급자의 상당수가 시장 구조를 교묘히 이용한 유통망 종사자라는 점이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통신사 대리점 직원 등 70명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전산상으로만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이른바 '해지밴' 수법을 이용,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대포폰 3만1천700여대를 시중에 유통했다.

대리점이 다단계 형태로 운영되거나 잠깐 개통만 하고 폐업하는 식으로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알뜰폰 유통망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특히 알뜰폰은 사업자 간 가입자에 대한 정보 공유가 없어 명의 1개만 도용해도 다수의 대포폰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포폰 시장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대포폰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판매업자들은 ‘대포폰’이라는 단어 대신 ‘신불자 선불폰’, ‘명의 필요 없는 휴대폰’이라는 검색어로 광고를 하고 있다. 주식 투자자와 기업 임원, 선거 관계자 등 신분노출을 꺼리는 일반인이나 청소년들도 온라인쇼핑을 하듯 20만~30만원만 주면 대포폰 유심칩을 구입할 수 있는 실정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포폰을 근절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명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직권 해지토록 해야 한다”며 “부모와 미성년자녀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예 차명 휴대폰을 개통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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