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러시아 유조선 수주 유력?... 그럴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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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발주처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부인”, 현대중 “….”
Tuesday, November 22nd,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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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에 참석했다/ 사진 청와대

지난 9월 4일, 현대중공업이 러시아 국영 선사인 소프콤플로트(SOVCOMFLOT)사의 유조선 발주사업(12척)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보도들이 일제히 신문지면과 방송전파를 탔다.

사업내용은 유조선 12척(약 6억6000만 달러)을 건조해 인도하는 것으로, 9월중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 절벽’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매체들은 ‘유력’, ‘눈앞’ 등을 제목으로 붙이고 일부는 ‘수주’라고 앞서 나가기도 했다.

한 매체는 “‘현대중공업은 러시아 국영 선사인 소프콤플로트(SOVCOMFLOT)사가 유조선 12척을 발주하는 사업에서 지난달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고 4일 밝혔다”고 보도했다. 기사의 출처를 ‘현대중공업’으로 명기한 것이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현대중공업은 당시 해당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 지난 18일 현대중공업은 본지(本紙)에 “당시 그런 내용의 자료를 배포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신 이틀이 지난 9월 6일에 러시아 국영 극동조선소와 합자회사(Joint Venture) 설립을 위한 협력합의서를 체결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만 배포했다. 실제 계약식은 3일(현지시간)에 체결됐다.

<>오보 근원지는 청와대, “사실상 수주” 발표

그렇다면 당사자인 현대중공업도 발표하지 뉴스의 출처는 어디일까.

한 매체는 지난 9월 4일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은 4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지인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나호드카 비료공장 사업과 유조선 건조, 조선업 컨설팅 등 3개 프로젝트에 대한 수주 또는 사실상 수주가 이뤄졌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다.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의 발언중 ‘유조선 건조’ 부분이 눈에 띈다. 소프콤플로트트사의 유조선 12척을 지칭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3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에 참석해 극동지역 개발을 위한 한-러간 경제교류협력을 강조했다. 중소·중견기업 30개사, 대기업 19개사, 기관·단체 21개사 대표를 대동했다.

현대중공업은 실제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까. 회사 관계자는 “영업기밀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통상 조선사들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물론이고, MOU(양해각서)만 체결해도 언론홍보에 열을 올린다. 현대중공업의 반응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무엇인가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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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정기선 전무(오른쪽)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관계자와 합의서에 서명하는 모습. 정 전무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이다/ 사진 현대중공업

<>현대중, 오보 바로잡지 않고 숨기기 급급

조선해운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트레이드윈즈(TradeWinds)’는 국내 언론 보도가 나간 바로 다음날인 9월 5일 이렇게 보도했다.

‘소프콤플로트, 현대중공업 선정을 부인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소프콤플로트는 현대중공업이 자사의 유조선 12척을 수주하는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한국매체의 보도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월 당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사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지 않았으며, ‘트레이드윈즈’의 보도내용 또한 부인하지 않았다. 되려 극동조선소와 합자회사 설립을 발표함으로써 청와대의 발표에 힘을 실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종합해 보면,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성과 ‘포장’을 위해 있지도 않은 내용으로 현대중공업을 들러리로 세웠고, 현대중공업은 청와대의 ‘지침’에 속수무책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8일 올해 수주목표를 195억달러에서 95억달러로 낮춰 이같은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으며, 일부 매체에서는 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에 대해 ‘쪽박’, ‘뻥’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발주처에 물어보라” 국민·주주 무시하는 현대중공업

한편 현대중공업은 수주관련 본지(本紙)의 거듭된 확인 요구에 “발주처에 직접 물어 보라”고 대답했다.

조선업황 오판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을 입은 현대중공업에 천문학적 규모의 ‘혈세’가 투입된다. 국민과 회사 주주(株主)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기자의 질문에 회사측은 “다른 데 가서 알아보라”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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