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로 엣지있게… 4차산업혁명과 패션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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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anuary 3rd,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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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스 x 메시나에 전시된 옷들/ http://www.metmuseum.org

"패션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해야 한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탑 속에만 있으면 그 사실을 잊어버리게 된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2015년 파리패션위크에서 3D프린트로 제작한 10여벌의 의상을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웨어러블’이라는 단어로 한정돼 있던 첨단 기술과 패션의 콜라보레이션은, ‘기술’ 보다는 이제 조금 더 ‘패션’에 가까워져 가고 있는 듯 하다. 왜냐하면, 다가올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개발도상국 중심의 봉제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한 미래가 예측되고 있고, 일부 마니아 제품으로 전락해버린 웨어러블 기기들의 예상 밖 부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SPA브랜드를 비롯한 선진국 의류 봉제업체들은 낮은 인건비를 이유로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등의 개발도상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타격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재봉틀의 발명으로 시작된 패션과 기술의 만남은 실크와 면을 대체할 합성섬유의 개발 등으로 이어져 내려오며 장인의 손 기술과 천연소재를 대체함으로써 대량생산이 가능한 혁명을 가져온 바 있다. 이제는 3D프린팅과 로봇,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 등이 패션 디자인, 제작과 마케팅, 유통 등 21세기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기술로 회자되고 있는 상황.

지난해 5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마누스 x 메시나(Manus x Machina) 전시는 이러한 패션테크가 얼마나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눈 앞에 보여주기도 했다.

가브리엘 샤넬이 1920년대 유행시킨 트위드 소재의 고전적 슈트 옆으로 샤넬의 시그너처(Signature)인 다이아몬드 퀼트 패턴의 슈트가 눈에 띈다. 잘 바느질 된 슈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3D프린터로 만들어진 원단에 수작업으로 비즈 등을 더한 칼 라거펠트의 의상이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기존의 스타일과 시그너처를 잃어버리지 않는 ‘명품(Masterpiece)’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IT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디자이너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은 가장 일반적인 패션 테크의 형태라 볼 수 있다. IT 기업이 기술과 디바이스의 고도화 및 사용자 경험 개선과 동시에 매력적인 외관 디자인까지 개발하기 쉽지 않고 디자이너 브랜드가 자체적인 R&D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기란 더욱 어렵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두 기업의 콜라보레이션은 서로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가장 빠르고 이상적인 결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윤진 주임연구원은 '패션 테크(Fashion Tech)의 글로벌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서 “현재 웨어러블 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로 평가받는 스마트워치의 대표 아이템인 애플워치가 에르메스와의 콜라보레이션을 발표했을 때 가디언즈(The Gardians)의 패션 에디터 제스 카트너-몰리는 ‘애플워치는 애플스럽지도 충분히 패셔너블하지도 않았다’는 평을 받았다. 

2013년 등장해 웨어러블 기술의 집약체로 일상에 새로운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구글 글래스(Google Glass)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면서 “(이제까지) 실제 진행된 프로젝트들은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다수의 콜라보레이션 사례는 기존 제품보다 상승된 가격에 비해 훨씬 더 뛰어난 성능과 새로운 기능을 보여주지 못하고 기존 브랜드의 디자인 퀄리티를 기대한 소비자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아웃도어 및 스포츠 분야에 주로 적용되던 ‘스마트’ 기능을 일상적인 패션분야에도 확대 적용해 나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2016에 한국의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부스를 열고 자체 웨어러블 플랫폼 브랜드인 ‘더휴먼핏(The Human Fit)8)’의 8개 제품을 전시했다. 

코오롱에서는 코오롱스포츠를 통해 2006년 조난 시 유용한 자가발전 및 발열 기능 등을 갖춘 ‘라이프텍 재킷’을 발표하고 지속적인 기능 개선을 추진했고, 최근 코오롱FnC에서도 패션 테크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쿠론(Couronne)’을 런칭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존 IT시장에서와 같이 혁신적인 기술과 기능 중심으로만 패션 시장에 접근한다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 LG경제연구원 이종근·정재훈 연구원은 ‘웨어러블의 미래, 패션에서 길 찾아야’ 보고서에서 “패션 아이템에 무리하게 기능을 탑재하면서 디자인을 해치고 배터리 이슈 등의 문제를 야기시키기 보다는, 꼭 필요 한 기능만을 멋진 디자인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술이 아닌 ‘디자인’과 패션을 전면에 내세운 글로벌 패션테크의 트렌드는 결국 “얼마나 매력적으로 기술이 보이지 않도록 숨기는지(Disappearing Wearable)”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드러나지 않는’ 융합을 통해 패션 테크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이고 점차 영역을 확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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