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코앞에 둔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덫에 걸려
출범 코앞에 둔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덫에 걸려
  • By 김미례 기자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7.02.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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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T 제공

다음달 문을 여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불안한 첫걸음을 내딛게 될 모양새다. 자본 확충을 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국회에 가로막혀 발목을 붙잡고 있는 탓이다.

“메기가 됐든 미꾸라지가 됐든 혁신을 하겠다고 하는데 기회조차 안 주는 것은 가혹하다”는 케이뱅크 심성훈 대표의 말처럼 은행법의 족쇄로 24년만의 제1금융권 은행의 출범에는 어스레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는 오는 24일까지 은산분리 완화 등 관련 법안 논의가 한창이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의 4%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탓에 인터넷은행 측은 전산투자와 대출재원 확보 등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한도를 최대 50%로 늘려주자는 은행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에 발의되었지만 규제를 완화하면 대주주인 재벌의 사금고가 될 것이라는 반대여론에 부딪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법률 제·개정 공청회에서도 공방은 계속됐다. 인터넷은행 설립 필요성에서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으나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해 가면서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에 대해선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야당 측에서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면 인터넷 전문은행의 대주주인 산업자본이 긴급한 자금난을 겪게 될 경우 대주주의 권한으로 은행 예금을 사금고처럼 끌어다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주주인 기업 오너의 비자금 조성, 편법 증여 등에도 은행이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은행도 모바일 뱅크 등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과 사실상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일반은행이 은산분리 완화를 주장할 경우 형평성 차원에서 이를 방어할 논리가 미약해진다"며 “2011년 저축은행 사태처럼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대주주에게 신용공여를 할 가능성이 있고 대주주 기업이 부실화되면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인터넷은행 측은 지점 없이 모든 거래를 비대면으로 해야 하는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대규모 기업여신은 불가능하며 단기 사업계획에도 기업대출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가 곧 재벌의 사금고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성급한 인과관계라는 것.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 재벌 그룹들은 모두 은행에서 발을 빼려고 하는 상황인 만큼 은행업을 옛날처럼 특혜로 보아서는 안된다"며 "회사채 시장의 발달로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얼마든지 조달 가능한 상황에서 자금이 필요하다고 은행의 예금을 불법적으로 건드릴 필요가 전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은산분리를 주장해 왔던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중 태도 변화를 보이는 위원이 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고 있지만 최운열·민병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상태다. 신 먹거리 발굴이 절박한 국내 경제상황에서 전향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민병두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의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업대출을 하지 않는 상태로 시작하며 기업대출이 비대면 대출 채널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대주주에 대한 대출을 금지하는 등 감시장치와 차단장치를 만들면 소비자 이익과 핀테크산업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은산분리를 특별법 형태로 부분 완화해도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종적인 결론은 법안소위 마지막날인 24일 내려지겠지만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법안소위 관례상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은 결국 2월 임시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출범을 코앞에 둔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규제 하에 당장은 자본 확충이 어려운 상태로 영업을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케이뱅크는 초기 자본금 2천500억원을 투자해 사업을 시작한 상태로 그동안 인건비와 시스템 개발 비용 등으로 초기 자본금 대부분을 소진하고 현재 자본금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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