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질환’ 어떻게 삼성으로 ‘수입’됐나-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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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August 9th,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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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정미 의원(정의당)실

"병X들이 여기는 왜 왔어? 돈 뜯어내려고 왔냐?" 지난 7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결심공판이 있던 날, 삼성반도체 피해자 한혜경(39)씨는 이 부회장의 엄벌을 촉구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다가 모진 소리를 들어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알려진 이들이 한씨에게 욕설과 함께 모욕감을 안겼다. 1995년부터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005년 뇌종양 판정을 받고 두 차례에 걸친 수술 끝에 목숨은 건졌지만, 말은 어울해졌고 몸은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는 그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욕설과 소란이 계속되자 한씨는 결국 어머니가 끄는 휠체어에 실려 법원을 나와야 했다. 거동이 불편한 한씨, 왜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나왔을까.

삼성은 지난 2015년부터 반도체 질환자 160여명의 개별 보상 신청을 받아 현재까지 120여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자 모임의 한축인 ‘반올림’은 삼성이 구체적인 잘못을 공개 사과하고 투명한 보상을 실시해야 하며,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재발방지대책을 이행하기를 요구하고 있어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고 유력경제 매체중 하나인 ‘블룸버그(Bloomberg)’는 최근호에서 미국이 반도체 독성물질 문제가 불거지자 반도체 생산을 한국 등 아시아국가로 ‘아웃소싱’했다는 내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애초에 미국에서 발병한 ‘반도체 질환’이 어떻게 한국으로 ‘수입’돼 한씨 같은 피해자들이 고통 받게 됐는지 심층분석한 기사다. ‘코리아IT타임즈’는 블룸버그의 기사를 번역, 게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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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알려진 한 여성이 한혜경씨를 비난하는 모습/ 사진= 오마이뉴스 캡처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2년 미국 IT회사들은 태아 유산과 기형아 출산을 일으키는 화학약품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들 IT회사들은 자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아시아 기업들도 그렇게 했다고 장담하지 못했다.

역학 연구 결과는 모호할 때가 많다. 담배회사 대 암 연구자들 사이의 논쟁에서처럼 돈이 과학을 덮어버릴 수도 있다.

명쾌한 결론이 내려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1984년 어느 날 매사추세츠 대학교 역학과의 부교수로 임명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해리스 패스티즈(Harris Pastides)의 연구실에서 바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패스티즈 교수는 디지털 장비회사인 Digital Equipment Corp(DEC)에서 보건 및 안전 관리 직원으로 근무하던 대학원생 제임스 스튜어트로부터 허드슨 근처 반도체 공장에서 태아 유산 사례가 아주 많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미국 IT회사 생산직의 68%가 가임기 여성이었는데 스튜어트는 외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컴퓨터 칩을 만드는 데 수백 가지 화학약품이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생산 라인의 여직원들은 이른바 청정실(클린룸)이라는 곳에서 방진복을 입고 작업하는데, 일하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칩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여성들은 생식계에 영향을 미치는 독성물질, 돌연변이 유발 요인, 발암 물질이 섞인 화학물질에 노출되거나 때로는 직접 만지기도 했다. 생식계 위험은 작업장 보건에서 가장 심각한 위험에 속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중에 노동자의 아이가 선천적 결손을 안고 태어나거나 소아 질병으로 고통 받을 수 있으며, 생식계 쟁점들은 질병, 특히 노출 된 지 한참 뒤에도 노동자 자신에게는 나타나지 않는 암을 예방하는 감시병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

DEC사가 연구비를 대기로 하고 질병 집중지역의 전문가인 패스티지 교수가 연구팀을 꾸려 연구를 시작했다. 1986년 드러난 자료수집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공장 여직원의 자연유산율이 예상치의 두 배였다.

그해 11월 회사는 연구 결과를 직원들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SIA)에 알린 다음 일반에 공개했다. 패스티즈와 동료들은 한편에서 영웅으로 떠받들어졌고 다른 한편 특히 IT업계에서는 비난을 받았다.

IBM과 인텔을 비롯해 10여개의 IT업체를 대표하는 SIA는 즉시 업무 추진팀을 꾸렸고, 이 전문가들은 코네티컷주 윈저 락스로 날아가 공항근처 호텔에서 패스티즈 교수를 만났다. 1987년 1월 ‘슈퍼볼 선데이’였다. “조사위원회가 열린 날이었다”고 패스티즈가 회상했다. 분위기는 “호의에 가까웠는데 난 당황해 어쩔 줄 몰랐어요.”

회의가 끝나자마자 패널들은 형식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국제 SIA 기록에 따르면 이 연구에는 ‘중요한 결함’이 있었다. 그럼에도 SIA 회원사들은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추가 연구비용을 내는 데 동의했다.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at Davis) 과학자들이 노동자 보건 연구사상 최대 규모 연구들 가운데 하나를 기획했다.

여기에는 SIA 14개 회원사, 42개 공장의 직원 5만명이 참여했다. IBM은 이 연구에서 빠져 독자적으로 존스홉킨스대학교에 자사 공장들의 연구를 의뢰하며 존스홉킨스 대표 과학자인 아돌포 코레아(Adolfo Correa)박사를 소환했다. 경영진이 IBM의 시설은 다른 회사보다 안전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1992년 12월에 기업이 비용을 댄 3건의 연구가 모두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독성 노출이 추정된 여성 수천 명 가운데 자연유산율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의 대략 두 배로 나온 것이다.

SIA는 반도체 생산에 널리 사용되는 일군의 독성 화학제품을 추정 원인으로 지적하고 앞으로 이 제품들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노력을 가속화하겠다고 천명했다.

IBM은 더 나아가 1995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생산에서 이 화학물질들을 퇴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패스티즈 교수는 자신의 정당성이 입증됐다고 느꼈다. 나아가 사건 전체가 공중보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업계의 회의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3건의 과학연구는 여성 집단에 도움이 되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공중보건학사에서 거의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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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싸며 고통스러워하는 한혜경씨/ 사진= 오마이뉴스 캡처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야기의 결말은 다르게 흘러가는 듯하다. 반도체 생산이 비용이 덜 드는 나라로 옮겨졌을 뿐 업계가 약속한 해결책들이 적어도 완전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은 듯 보이기 때문이다.

‘Bloomberg Businessweek’가 검토한 믿을 만한 자료는 수천명의 여성들과 그들의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이 적어도 2015년까지는 계속 같은 독성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부는 지금도 노출돼 있을 것이다. 동일한 생식독성이 10년 넘게 지속된다는 다른 증거도 있다.

위험은 기밀유지로 인해 악화됐다. 업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독성물질을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 세계경제 심장의 핵심 장치를 만드는 여성집단이 지불한 대가의 실상이다.

2010년 한국의 의사 김명희 박사는 의과대학 조교수직을 떠나 서울의 작은 연구센터장을 맡아 자리를 옮겼다. 역학전공자이기도 한 김 박사에게는 5년 전 하버드에서 박사 후 과정 연구원 시절 가슴 뛰게 했던 공공보건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새 직장에서 김 박사의 관심을 끈 것은 한국 미세전자공학(microelectronics) 업계에서 발생한 일련의 발암 사례들이었다. 그 가운데 특별한 사례 하나가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 같은 공장 옆자리에서 같은 화학약품을 사용해 작업하던 두 젊은 여성이 같은 악성 백혈병에 걸린 것이다.

한국에서 이 병으로 죽는 사람은 1년에 10만명당 단 3명꼴인 희귀병이지만 한 직장에서 일한 이 두 젊은이는 8달 안에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의 병은 발암성 물질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 시민 활동가들은 삼성과 다른 초미세전자 공장에서 다른 발병사례들을 찾아냈다.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었다. 반도체 업계 경영진들은 일과 발병 사이에 어떤 연관도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삼성은 현재 “여러 차례 작업환경과 직업병 의심 사례를 조사했지만 유의미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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