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관료들이 임명되는 것이 관례였던 금융감독원장에 처음으로 민간 출신인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내정되면서 관계자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6일 차기 금감원장으로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최 내정자가 하마평에 오른 지 4개월만의 일이다.
최흥식 내정자의 임명은 문재인 정부가 그만큼 금융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가 금융 관료 출신이 아닌데다 금융권 적폐세력을 청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또 금감원 노조에서도 최 내정자의 선임이 감독기구의 독립성이 배제된 판단이라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후임 금감원장에 대한 다양한 예측은 지난 7월 최종구 금융위원장 임명 이후 잇따라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력 후보였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가 신임 거래소 이사장 공모에 지원하자 관계자들은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 임명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김 전 사무총장은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노조에서 그를 외압을 이겨내고 소신 인사를 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하면서 사실상 임명이 결정됐다는 견해가 대세였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최흥식 내정자가 신임 금감원장에 지명되자 그 배경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한 것”이라며 “김 전 사무총장이 시민단체 반발과 낙하산 논란에 부딪히자 청와대 경제수석과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최흥식 내정자를 낙점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 내정자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금융연구원 부회장과 원장으로 근무, 금융개혁에 대한 연구를 해 왔다.
그는 또한 금융발전심의회 의원과 한국파생상품학회 회장,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고문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금감원 노조에서는 최 내정자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으로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 회장의 측근이라는 소문이 있다”며 “그가 금감원장이 되면 금감원은 금융위의 허수아비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경기고 출신인 김승유 회장(61년 졸업)과 최 내정자(71년 졸업)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으며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73년 졸업)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이 최순실과 정유라를 지원하기 위해 불법대출을 일으킨 전례로 볼 때 최 내정자의 인선이 금감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는 최 내정자가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는 긍정론도 함께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