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이 전하는 삼성·LG전자-세탁기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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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세탁기가 국제무역 분쟁의 최대 이슈로
Tuesday, October 10th,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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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월스트리트저널' 캡처

세계 최대 경제지인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호에서 “한국 세탁기가 미국을 국제무역 분쟁의 중심에 올려놓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가전기업의 아이콘 월풀(Whirlpool)이 삼성, LG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한-미간 국제무역에서 정상적 규칙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보호조치’라는 잠자던 옛 무기를 되살리려 한다고 전했다.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며, WTO(세계무역기구)를 통해 국제무역 분쟁을 해결하던 과거 미국 정부와 달리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에 편승해 한국기업과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다.

월풀은 라이벌사들이 제품을 생산비용보다 낮게 판매하는 등 반시장 관행으로 우위를 점했다고 주장함으로써 과거 일련의 규제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러면서 가장 강력하면서도 논쟁의 여지가 무기인, 보호주의 조치를 꺼내들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세이프가드, 즉 특정상품의 수입급증으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취하는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함으로써 사실상 월풀의 손을 들어줬다.

<>월풀 “불평등한 경기장” 주장에 삼성 “월풀은 변화에 뒤처져”

제프 피티 월풀 회장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평등한 경기장에서 경쟁한다면, 우리는 더 많이 팔 것이고 적어도 1,300명을 고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몇 달 동안 지적 재산권에 관해 중국을 압박하고 미국 철강 및 알루미늄 제조사 보호를 위해 다른 상법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는 WTO와 같은 중재기관을 존중해 일방적 조치를 폄하했던 과거 두 정권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세이프가드에 따른 구제 수단은 조지 W. 부시 정부가 2002년 미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제기했으나 WTO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자 정부는 곧 철강관세를 철회했으며 업계는 지금까지 그러한 보호조치를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

신문은 “자유무역 회의론자들은 불공정무역 관행을 저지르는 외국 경쟁사를 처벌하는 기존의 조치는 회피하기가 너무 쉬워 국내 제조업체와 일자리 보호를 목표한 현 정책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반면 자유무역 지지자들은 탄탄한 국제경쟁에 따른 가격하락 등 소비자의 이익을 주목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을 위한 보호조치가 모든 미국 노동자들을 도울 수는 없다”며 “삼성과 LG는 외국 자동차 업체들의 전례를 따라 최근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현지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월풀 직원들 “회사 신제품 계획없어 고용 전망 불투명”

삼성과 LG는 월풀이 미국인 취향에 맞추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삼성전자 존 헤링턴 (John Herrington)수석 부사장은 지난 9월 ITC 심리에서 "소비자 선호도가 디자인과 스타일로 옮겨졌다. 월풀은 변화 속도를 따르지 못했다"며 “소비자들의 가전제품 구매 방법과 장소가 바뀌었는데 월풀은 그에 맞추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월풀 변호사 잭 레비(Jack Levy)는 그러나 "월풀은 지난 수년 동안 세탁기 라인업에 엄청난 혁신을 일으켰다"고 반박했다. 월풀은 미국 공장에서 3000명 이상의 직원이 세탁기를 하루 2 만대 이상 생산한다.

월풀의 Clyde 공장 관리자는 그러나 “월풀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 계획이 없기 때문에 직원들이 자신의 미래와 친척이 고용될 전망이 어두워 초조해 한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월풀은 과거에는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등과 경쟁하면서 오랫동안 미국 가전제품 시장을 주도했다. 2006년 라이벌 Maytag Corp.을 17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미국내 지배력을 강화했다.

부시 집권시 법무부는 가전업체들간 경쟁이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또한 당시 LG와 삼성 같은 신규 업체들이 미국 가전 시장에 뛰어들어 새롭게 경쟁이 시작됐다.

한국 기업들은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 세탁이 끝날 때 부저음 대신 차임벨소리, 에너지 절약 기능을 갖춘 세탁기로 미국 시장에 진입했다. 예컨대 삼성은 세탁을 시작한 후 소량의 옷을 추가할 수 있는 서랍 등 혁신을 꾀했다.

조사기관 스티븐슨(Stevenson)사의 데이터에 따르면, 2007년 1분기 미국 내 삼성 세탁기 점유율은 고작 1%였고 LG는 10%였다. 월풀은 37%를 차지했다.

4년 뒤 삼성과 LG는 한국과 멕시코에서 생산된 세탁기를 들여왔다. 월풀은 삼성과 LG가 미국 시장에 세탁기를 ‘덤핑’ 판매 하거나 생산가 이하로 도매상에 판매한다고 비난했다.

가격이 소매상들이 사들이는 금액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월풀은 마진이 높은 제품이 소매매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고 제소했다.

2012년 월풀은 상무부를 설득해 한국과 멕시코산 세탁기에 세금을 부과했다. 규제 당국은 삼성과 LG가 생산가 이하로 판매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월풀의 승리는 오래 가지 못했다. 삼성과 LG는 생산지를 중국으로 옮겨 즉결 부과된 관세를 무력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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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월스트리트저널' 캡처

<>삼성·LG, 기술혁신 공격적 가격 정책으로 점유율 높여

삼성과 LG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계속 증가했다. 혁신과 때로는 공격적인 가격정책 덕분이다. 2012년 초 월풀은 미국 시장 41%를 차지했고 한국 경쟁 업체들은 소매 매출의 19%를 차지하며 따라 잡고 있었다.

3년 후, 월풀은 삼성과 LG가 현재 중국 생산 세탁기로 불공정 거래해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고 불평하며 다시 상무부를 찾았다.

2016년 워싱턴 DC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월풀은 삼성과 LG의 저가 판매 때문에 자사 공장의 인력 충원이 지연되고 세탁기 부문의 영업 손실되어 새 모델 세탁기 개발에 투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규제 당국이 새로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삼성과 LG는 다시 베트남과 태국으로 생산지를 옮겼다. 2016년 11월 트럼프의 승리로 월풀은 적극적인 제조업체 보호에 희망을 갖게 됐다.

트럼프의 제조 무역 부분 고문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는 올해 초 월풀이 제기한 삼성과 LG의 투기 혐의에 대해 "중단돼야 할 부정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학자들 모임에서 "월풀이 반덤핑 소송에서 승리할 때마다 이 나라는 단순히 다른 나라로 생산지를 옮기는 삼성, LG와 드잡이 싸움을 한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 대표부 라이트 위저(Robert Lighthizer)는 9월 연설에서 외국 제조업체의 미국 투자 확대를 강요할 수 있는 과격한 무역정책을 제안하며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사례를 지적했다.

월풀의 공식 제소에 삼성과 LG는 즉각 미국 무역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양사는 미국 시장의 35%를 점유해 월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삼성 “일본車 진출로 미국車 경쟁력 갖춘 사실 잊었나”

한편 양사는 올해 미국 공장을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LG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클락스빌에 2억 5000만 달러 상당의 미국내 자사 최초 세탁기 공장을 짓고 있다.

윌버 로스(Wilbur Ross) 상무부 장관은 기공식에 참석해 "미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회사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LG의 미국 가전 수석 부사장 존 리얼(John Riddle)은 인터뷰에서 미국이 수입 세탁기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한다면 소비자들이 더 많은 돈을 지불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격이 오를 것"이며 "우리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은 올해 초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있는 Caterpillar Inc. 공장 인수 계획을 발표하며 2020 년까지 약 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은 1980년대 소비자들이 궁극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좋은 일본 소형 자동차를 원할 때 정부의 무역보호 정책을 모색했던 미국 자동차 회사들과 월풀을 비유했다.

삼성 변호사 샤라 아로노프(Shara Aranoff)는 지난달 ITC 청문회에서 규제 당국에게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미국 진출로 수천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고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훨씬 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소비자들은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됐다“며 ”결국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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